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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I-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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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17-3 #===== >카나에는 자신의 앞에 놓인 폭풍을 아랑곳하지 않고 헤쳐 나갔다. > >귓불을 때리는 바람과 흐트러지는 머릿결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. > >그저 눈보라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을 향해 전진할 뿐이었다. > >카나에는 옷을 더 단단하게 여미고는 잠시 눈을 감을까, 하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. > >미간을 구긴 채 자신의 앞과 위를 맴도는 유리 조각의 대형에서 결코 눈을 떼지 않았다. > >강한 바람에 밀려 길을 잘못 잡을 것 같았다. >무릎 위까지 쌓인 눈이 걸음을 방해했다. >옷이 점점 더 얕아지는 듯한 느낌. 들숨과 날숨의 간격이 점점 더 얕아졌다. > >마치 바람이 귀를 잘라내는 듯, 코가 얼어붙은 듯했다. > >그럼에도 나아갔다. >---- >“정말… 갈 수 있을까?” 카나에가 자신에게 물었지만, 그 목소리는 가혹하게 불어오는 눈보라에 묻히고 말았다. >“가야만 해.” 그래도 카나에는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. > >그런 카나에의 의지에도 바람은 무심하게 카나에를 내려쳤다. 무릎이 꿇렸다. 반사적으로 뻗은 한 손이 눈 속으로 쑥 파묻혔다. 새하얀 결정의 무리가 어깨까지 닿았다. > >옷의 소매 안으로 눈이 들어와 팔을 감사며 재빠르게 체온을 빼앗아 갔다. 튀어나오는 기침과 함께 얼굴에 묻었던 눈이 떨어졌다. > >완전히 눈으로 덮여버린 카나에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. >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려 해보았지만,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. > >“일어서…” 카나에가 힘겹게 말했다. >“일어서야 해…!” 끈질기게. > >그렇게 일어선 카나에는 갑작스레 기력을 너무나 쓴 탓인지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. 쉬고 싶었다. > >눈꺼풀이 무거웠다. 따뜻한 입김을 느끼며, 카나에는 왼쪽 눈을 감았다. > >오른쪽 눈으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. 아직 의식이 있었다. 아직, 생각할 수 있었다… >그 눈에 자유로이 떠다니는 유리 조각의 모습이 보였다. >---- >카나에는 입을 닫고 코로만 숨을 쉬며, 벌벌 떠는 몸을 움직여 그 조각을 향해 손을 뻗었다. > >작은 가능성,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었지만… >제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믿었기 때문에, 카나에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. > >모든 게 괜찮을 것이라 카나에는 맹세했다. 그렇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. > >카나에가 손을 뻗자… >…유리 조각이 다가오며 기억의 새하얀 빛으로 소녀를 감쌌다. >---- >카나에의 눈앞에 새로운 장소가 펼쳐졌다. 다만 시간대는 새롭지 않았다. 창밖으로 밤의 장막이 내려온, 어딘가의 산장. 카나에는 그 바닥 위에 누워있었다. 가파른 숨. 따뜻해지는 얼굴과 귀… 따뜻하다고? > >카나에가 고개를 들자, 벽난로가 타닥거리며 새빨갛게 장작을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. > >얼굴과 머리에 점점 온기가 돌자 눈이 크게 뜨였다. 따뜻한 감각을 비롯해 모든 게… 너무나도 생생했다. > >마치 진짜인 것처럼… 그래, 이건 진짜다. >몸에 생기가 돌아온 카나에는 벽난로 쪽으로 기어가 그 불 앞에 앉았다. > >“...” > >불로 몸을 데우는 카나에의 입술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. >눈보라 한가운데에서 찾아낸 기억 속에 놓인, 고요한 밤의 고요한 산장… > >시적인 광경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은가. > >조그마한 기적 속에 앉은 카나에는 자신이 이 여정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되새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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